회고

30대 비전공 신입 개발자의 3개월 회고록

3jun 2023. 7. 5. 14:37
퇴사하고 거의 2년만의 긴 여정 끝에 진짜 개발자가 되었다.
기록하는 습관을 위해 그동안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곳곳을 누비며 "제 나이가 OO 살 인데, 개발자 될 수 있나요?" 라는 글을 남기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30대 비전공자 퇴사 후의 타임라인

연도 이벤트
21.07 제약회사 영업직 퇴사
21.08 ~ 21. 09 부트캠프
21.10 부트캠프 연계 인턴
21.12 ~ 22.06 커리어 전환 ⛵️
23.03 ~ 2번째 직장
23.04 ~ 3번째 직장 🚀

21년 7월, 31살의 나이로 대리 진급을 앞둔 3년차 영업사원이었을 때 과감히 퇴사를 하였고, 위와 같은 시간을 지난 끝에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철새가 되어버렸다.. 🐤)


왜 퇴사를 결정하였는지?

개인적으로 제약회사 영업직도 적성에 잘 맞았다. 단점도 많지만, 그에 못지 않는 장점들도 많았고 급여 역시 무척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모든 순간들이 고객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고객이 관심있어 하는 취미 생활을 하고, 고객들이 주로 보는 스포츠,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여행이나 맛집을 가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닌 고객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였고 내 성격과 업무 특성 상 이런 것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고, 원래는 회사를 다니며 은행으로 중고 신입을 도전했지만 최종에서 고배를 마셨다.

원래는 컴공을 지망하기도 했고 18년도에도 국비지원을 잠깐 했을정도로 개발자 직무에도 관심이 있었던 터라 퇴근 후 노마드 코더, 드림 코딩 등 강의를 들으며 개발 공부를 병행했다. 그렇게 개발에 재미를 붙였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고 고민해본 결과 나의 가치관과 개발자 직무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사직서를 냈고, 부트캠프에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읽고 '나도 퇴사해야겠다.' 라고 결심하는 사람은 부디 없었으면 한다. 나도 흘려들었던 이야기지만 "취미는 취미일 때 재미있는 것이고, 일로 마주할 때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게 된다." 지금 퇴사하려고 마음 먹은 직장에서 처음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를 기억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처음에 그렇게 설레고 기쁨을 안겨주었던 회사가 지금 그렇게 된 것 처럼 가볍게 개발을 경험했을 때의 기쁜 마음 역시 일이 되면 무겁고 우울해질 수 있다. (다행히 나는 잘 적응했고, 만족스럽게 개발을 업으로 삼고 있다.)

 

또 다시 퇴사하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사회 초년생으로 중요한 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퇴사 전에 6개월 이상은 개발공부를 본격적으로 경험 해보길 바란다. 그래야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좋은 직장으로 더 빠르게 커리어 전환을 하는데 밑 거름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스트코스, SAFFY, 우아한 테크캠프와 같은 부트캠프를 목표로 삼고 학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칼 퇴사를 하고 국비지원, 거액의 수강료가 필요한 부트캠프에서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한다.

 

개발자로써 역량이 갖춰진다면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31살에도 33살에도 채용과정에 있어서 나이가 걸림돌이 되었던 적은 없다. 오로지 실력 하나만 본다. 나이가 많을 수록 공백을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는게 무엇보다 유리하다.

왜 철새가 되었나?

 사실 개발자로서의 첫 직장은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 전이었다. 부트캠프가 끝나고 거의 한 달만에 취업에 성공하며 개발자가 되었다. 하지만 스스로 개발자라고 하기 부끄러울만큼 업무는 개발과 동떨어져 있었고 당연히 개발역량, 성장과는 거리가 아주 멀어졌다. 급여나 워라밸, 사람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나이도 많은데, 물경력까지 쌓이고 있다는 걱정에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다.개발 업무가 거의 없다시피 해 업무를 스스로 만들어서 해보려고 건의를 하기도 했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에 문서도 없는 환경에서 그것까지 감수하기엔 너무 리스크가 커서 포기를 했다. 퇴근 후에 이직 준비를 해보기도 했지만 진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부스트코스 1차에 합격을 하고 퇴사를 했으나, 결국 2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라는 마인드로 4개월은 부족했던 개인공부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이력서를 채워나갔고, 그 이후엔 입사지원을 병행 하였다. 금새 다시 재취업이 되기도 하였지만, 첫 직장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나와 핏이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를 골라갈 정도의 역량은 안되지만, 최소한의 기준을 갖고 나 역시 내 기준에 맞지 않는 회사라면 입사제안을 받아도 정중히 거절하였다. 부족한 역량에도 까다롭게 회사를 고르다 보니 점차 백수 생활이 길어졌고, 거의 9개월이 되어가니 조바심도 나고 우울함에 빠질 때쯤 괜찮은 회사에서 제안을 받고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입사한 2번째 회사는 사람들도 좋고, 비포괄임금제로 환경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입사한 지 보름정도 지났을 때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입사제안을 받게 되었다. 기존에 연락을 주시기로 한 날부터 1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떨어진 줄 알고 2번째 회사에 입사했었는데, 회사 이전 때문에 연락이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며칠간 고민할 시간을 부탁드렸다. 2번째 회사도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면접을 보았을 때 지금 재직 중인 3번째 회사의 면접 경험이 너무 좋았고 사수의 유무라는 차이점이 존재했기 때문에 엄청 고민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서 만족하던 터라 더욱 고민이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퇴사를 결정했고, 마지막 업무를 잘 마무리 하고 지금 회사로 다시 입사를 하였다. 회사가 이사를 해야했던 시기가 입사일자가 많이 늦어서 민폐끼치지 않고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입사한 지금 회사는 너무도 만족스럽다. 결론은 취업을 목적으로 삼지 말고, 나와 맞는 회사를 찾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취업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나와 핏이 맞는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고 역량과 연봉도 더욱 빠르게 올릴 수 있다.


지난 3개월의 기록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제서야 비로소 진짜 개발자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으며 바쁘게 살고 있다.

🛩️ 온보딩 

회사의 첫 신입 개발자로 입사하였기에 별도의 온보딩 프로세스가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계시는 시니어 개발자 분들의 도움으로 온보딩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Jira 에 잘 정리된 개발 스택과 히스토리를 보며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했고, 개발 중인 서비스에 대해 학습할 수 있었다. 개발자로서 문서화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노션으로 나름대로 정리는 하고 있지만 항상 제대로 정리하고 있는게 맞는지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좋은 교보재가 생긴 것 같아 열심히 업무를 하면서 문서화 역량도 키워나갈 계획이다.

온보딩 기간에는 회사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바탕으로 캘린더 컴포넌트를 구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생각만큼 구현하지 못해 한동안 좌절에 빠져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언젠간 잘하게 될거라는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자 마음을 먹었고 시간나면 틈틈히 마무리 해나가려 한다.

첫 업무

온보딩을 마치고 영업부서에서 사용하기 위한 간단한 백오피스 서비스 구현을 첫 업무로 배정 받았다. 고객들에게 매출 정보를 전달하는 리포트 생성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로 간단한 CRUD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 역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백오피스 서비스 - 정산리포트 ( 병렬적인 업무 프로세스 )

그동안 항상 API 를 문서를 토대로 작업을 해왔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API 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일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프론트와 백엔드 업무가 병렬적으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스스로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고 mock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데이터를 대분류, 소분류 2가지 depth로 관리해야 했고 소분류에는 추가, 삭제 버튼에 따라 동적으로 화면을 구현하는 형태로 CRUD를 구현해야 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 구조와 로직을 구현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더욱이 데이터 구조 상 json-server 로는 CRUD 기능을 모두 테스트 할 수 없어 msw 를 새로 도입을 했어야 했다.

처음으로 병렬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험을 하고, 먼저 학습을 하고 기술을 적용해보는게 아니라 학습과 구현을 동시에 진행을 해보고, 동적인 화면 구현 등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한 층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이드 프로젝트

다음 진행할 프로젝트의 기획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 2주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배웠던 것들을 기반으로 TODO app 을 개발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데이터 구조도 훨씬 간단했지만 이전에 코드 리뷰 받은 내용임에도 똑같이 실수한 부분이 많았다. 새로 배운 부분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지 않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코드가 다수 있어서 배운 것은 반드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test 코드를 처음 작성해보았는데, 테스트 코드에서 타입에러가 발생하는 부분이 많아서 무척 애를 먹었고 정말 간단한 테스트 코드 밖에 구현하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일단 마무리 지었다.

메인 서비스

이번주부터는 기획이 어느정도 나와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잠시 스탑하고 메인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프론트엔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API 가 일부만 구현되어 있는 상황이라 기획/ERD 를 분석하고 앞으로 일정과 상태 모델링 등을 설계를 하고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4일 간의 기간이 주어졌는데 기껏해야 한 시간 남짓 생각해보고 바로 개발하던 습관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부터 해야할 지 감을 제대로 못 잡고 있지만 틈틈히 프론트엔드 설계, 아키텍쳐 등을 검색해보며 다른 사람들의 글과 경험에서 힌트를 얻어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오늘도 바쁘게 4개월 차 개발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틱하게 내 개발 역량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지만(이것은 오롯이 나의 학습역량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음에 무척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코드 리뷰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더 없이 만족스러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

올 하반기에 프로토타입 출시 일정에 맞춰서 서비스를 출시하는게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3개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다양한 경험을 하였는데 그에 비해 역량 성장은 무척 더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좋은 환경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원인은 기초, 기본에 대한 이해없이 주먹구구 식으로 학습과 구현을 하다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업무 외 시간에 도서, 강의를 통해 기본기를 갈고 닦을 시간을 가지고 지금 환경을 200% 활용하여 내년에는 그저 그런 주니어가 아니라 제법 괜찮은 주니어 개발자가 되고 싶다.

🚀 2022년 하반기 버킷 리스트 🚀 
- 리팩토링 2판 완독
- 모던 자바스크립트 딥다이브 1회독
-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클린코더 / 소프트웨어 장인 /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 /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읽기
- 주 4회 이상 헬스
- 테스트 코드 익숙해지기